이 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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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편지로 여는 세상 5집

사랑하는 당신에게

김건희 ( 전남지회)

흰 눈꽃이 나무 가지마다 영롱하게 피는 아름다운 겨울이네요.
당신과 더불어 살아온지 어느덧 34년. 정년이 눈앞에 가까워지니 세월의 허무함을 더욱 실감케 하네요. 애교없고 무뚝뚝한 나를 항상 감싸주시고, 건강치 않은 나의 반쪽이 되어 몸을 아끼지 않고 부지런히 도와주신 당신. 앞만 바라보며 정신없이 달려오다 보니 어느덧 인생의 겨울이 오나봐요. 곁눈질 한번 하지않고 변함없이 가정을 지켜준 당신. 두 아이들 열심히 키워 저희들 삶을 찾아가고 부터 우리 나이 연연해 하지말고 신혼처럼 살자고 했건만, 바람든 무우처럼 마음이 서걱거려짐은 왜 일까요.
여보,
남자는 가정에서 기가 죽지 않아야 사회생활을 당당하게 이끌어 나갈수 있다는 당신의 의견이 옳은듯 여겨 당신의 불호령에도, 내가 져주어야 우리 가정을 위해 현명한 처세라 마음을 다잡았지요. 대신 이 다음 늙어 갈 떄 갚으리라 되니이며...
그런데 지난일을 잊어버리고 당신이 측은하게만 여겨지니 사람마음은 알다가도 모를일이라 생각되는군요.
언젠가 느닷없이 당신이 잘못되면 무엇을 하며 살아갈 것인가 생각해보라 하셨는데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자신있게 할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는듯해서 정말 한대 얻어 맞은 듯 아찔하더군요. 살가 온 동안 당신은 너무 튼튼한 울타리였을까요?
당신은 항상 후회하지 않는 성공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지만 뒤돌아 보면 후회스러운 점이 많으니 나는 실패한 삶을 살고 있나봐요. 때로는 나태해질 법도 하건만 당신은 샘에서 샘물 솟듯 새로운 아이디어로 현명하게 우리 가정을 이끌어 왔고, 그날이 그날처럼 안일한 삶을 거부하면서 항상 자신감 있고 패기 넘치는 모습. 또 남에게 불쾌감을 주면 안된다며 항상 비누 냄새가 나는데, 어쩔수 없이 흰머리에 주름살 느는 얼굴을 바라보면 연민의 정을 느끼게 되고 좀 더 잘해드려야 겠다는 생각뿐이군요.
한 가정을 책임진 당신을 평생 뒷바라지 하고 노후 대책을 세우느라 자신에게만은 인색한 사람이고 보니 안쓰러운 생각만 드네요. 이 세상 떠날때는 빈손으로 간다는걸 모른 사람처럼 아끼고 또 아끼고 이제는 자신에게 조금만 더 너그러우세요.
우리는 성격도 식성도 다르지요. 반찬 한가지만 있어도 밥 잘먹으니 염려 말라고 입버릇처럼 말하시는데 보약은 아니더라도 밥으로 영양을 골고루 섭취하여 건강을 지켰으면 합니다.
당신은 항상 방학도 없이 하고 싶은 여행도 뒤로 미룬채 학교일과 학생들 일에 혼심의 힘을 다하셨지요. 평생 교육자로서 꼼꼼하게 최선을 다하느라 뒷걸음이란 용납을 못하신 분. 참사람으로 키우기 위해 소신대로 강하게 지도하여, 그때는 섭섭했지만 선생님의 교육을 잊지 못하고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고 지침이 된다며, 제자들이 찾아올때 얼마나 보람있어 하시는지 내가 감격해 지더라구요.
결혼 초에는 티격태격 싸우는 날도 많았지만 점점 서로를 위해 없으면 안되는 소중한 사람으로 변했고, 희수와 지운이(손자) 예쁘고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으니 더 이상 무얼 바라겠어요. 이불 걷어 차고 잘때마다 덮어주는 당신의 따뜻한 손길이 얼마나 마음 찡하던지요. 앞으로 당신 마음을 읽어 살갑게 잘 할게요.
우리 석양의 끝자락을 더 아름답게 보낼수 있도록 노력합시다. 이제는 무거운 짐을 내리고 긴장감도 풀며 건강하셔서 우리 가정을 더 행복하게 지켜주세요.

2002년 가을
당신을 영원히 사랑하는 아내가

(작성일 : 2005년 07월 26일 (09:26), 조회수 : 2291, IP : 211.105.78.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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