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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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편지로 여는 세상8집

사랑하는 편지가족 여러분께

박명자(서울경인지회)

완연한 봄기운이 금방이라도 새순을 밀어올릴 것 같은 한낮입니다.
유성에서의 총회를 마친지도 한달여가 지났지만 아직 생생한 얼굴들이 지워지질 않는 걸 보니 우리들의 사랑도 제법 영글어졌나 봅니다.
먼 길 다녀가시느라 많이 힘드셨지요.
바쁜 일 모두 접어 둔 채 한 걸음에 달려오시기가 쉽지는 않았겠지만 한 이불 속에서 발을 묻고 마음을 모두 열어 젖히던 그 날 밤을 생각하니 아직도 그 눈맞춤이 선명히 떠오릅니다.
우편물을 발송하며 이름만 겨우 익히던 제가 이런 날을 계기로 한분 한 분씩 낯을 익힐 수 있으니 어찌 행복한 순간이 아닐 수 있겠습니까. 게다가 돌아오니 핸드폰 문자 메시지에서 시작하여 깨알같이 적은 따뜻한 편지로 분에 넘치는 인사까지 보내주시니 한동안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제가 이 자리에 앉은 지도 어언 6여년이 흐른 것 같습니다. 제 식구 하나도 챙길 줄 모르는 제가 전국에 계시는 오백여 회원님들의 손발이 되기에는 부족함이 너무 많았습니다. 이런 저를 나무라기는 커녕 칭찬과 격려로 용기를 주신 박은주 회장님의 따뜻한 마음은 친정언니처럼 큰 힘이 되었습니다. 또 시도 때도 전화를 드리며 이것 도와달라, 저것 보내달라고 졸라도 짜증 한번 안내고 도와주시던 지회장님들의 보살핌. 그리고 회지를 발간할 때마다 저지르던 실수에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 주시던 회원님들의 깊은 아량이 아니었더라면 어찌 여기까지 올 수 있었겠습니까.
늘 입버릇처럼 그만 두어야겠다던 저는 그 날 단상에 올라가서 마지막 인사를 드리고 하니 가슴이 울먹거렸습니다. 그리고 돌아와서 후임자에게 사무실 열쇠를 넘겨줄 때는 저도 모르게 뜨거운 무엇이 목에서 꿈틀했습니다.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곳간 열쇠를 물려주는 마음도 그러할까요.
제 손으로 이사를 하여 살림을 차린 휘경동 사무실. 쟁여 둔 박스와 화분 하나까지 내 집 물건보다 더 진한 애정이 묻어 있습니다. 행사 준비를 위해 늦은 시간 회기역에서 전철을 기다릴 때면 제 자신이 초라할 대도 없지 않았고 애써 출판한 회지가 본인의 의도에 벗어나게 했을 때는 몸둘 바를 몰랐습니다.
모든 일은 그 시기가 있는 데도 늦은 나이에 이 자리를 버티고 앉아 회원님들께 피해도 많았겠지요. 이제 제 힘 닿는대로 새 사무국장님을 돕겠습니다. 저에게 쏟아주신 그 모든 사랑을 새 사무국장님께 쏟아주세요.
그래서 한층 더 발전할 수 있는 사단법인 한국편지가족이 되도록 우리 남은 힘을 기울이도록 합시다. 그 동안 바쁠 때마다 달려와 도와주신 서울경인지회의 회원 여러분과 멀리 광명에서 하던 일 접어던지고 늦게까지 행사 준비를 함께 해주신 최평자님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비록 대전에 계시지만 부족한 점 덮어가며 제 몫까지 하시느라 고생해 주신 박은주회장님께도 고맙다는 말씀 꼭 올리고 싶습니다.
어디 멀리 떠나는 것도 아니면서 쓸데없는 얘기를 늘어놓은 것 같아 부끄럽습니다만 회원님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이 지면이 좋아서 길어졌습니다.
편지가족 여러분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십시오.

2006. 3월에
박명자 올림

(작성일 : 2006년 04월 13일 (01:09), 조회수 : 3018, IP : 219.241.0.28)

김연순 (2006년 06월 12일 22:23, IP:211.196.242.121)

정말 잘 읽고 나갑니다
노고 에 감사드림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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